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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후기

친구를 대신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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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다모
댓글 0건 조회 4,730회 작성일 21-01-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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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나 00인데~내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대. 내가 믿고, 맡길 사람이 누나라서 전화했어.

 내가 나가서 도와줘야 하는데 며칠전에 아기를 낳아서 가면 안된다네... 그래서 말인데 누나가  내 대신 잘 좀 해줘.."

 

오랜 직장 생활 동생이 간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장례인지라, 누군가가 돌아가시면 연락이 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랜만의 반가움과 서로의 안부는 뒤로 한 채

장례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서울 지역 협약이 되어 있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시설 좋은 장례식장이 있어 빈소 상황을 알아본 뒤,고인이 계신 삼성의료원에

이송 구급차를 보내 안내하고 저도 서둘러 출발했습니다.

장례일을 10여년 넘게 하면서도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임종 소식에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저에겐 일 일지나, 누군가에겐 평생의 아픔이니 저 또한 익숙해지면 안된다는자기 최면 때문일까...

전 아직 출동할 땐 긴장을 많이합니다.

유족분들의 심정이 예전보다는 더 와닿는 것이, 작년에 아버님의 임종과 장례를 치루면서 겪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때문일것입니다.

못해드렷던 것만 생각나고, '더 잘해드릴 걸' 하는 후회와 너무 고통스러워 하시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파 '이제 그만 편히 쉬시면

좋겠다' 는 생각을 했던 것까지 죄송하여  장례 기간 내내 서럽게 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우리 상주님. 절친이 소개해준 사람이라 그런지 처음부터 믿고 잘 따라주셨습니다

아버님 마지막 길에 리무진을 태워 드리고 싶었으나, 주위 친지분들의 만류에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포기하는 상주님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아 그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 00야... 친구가 리무진을 하고 싶어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반대하셔서... 안하기로 했는데, 내가 마음이 좀 안좋다.."

" 누나. 그럼 내가 가보지도 못하는데, 내가 그거 부의할테니까 진행 좀 해줘 "

 

그렇게, 우리 상주님은 친구의 우정으로 아버님을 VIP용 7인승 리무진에 모실 수 있었고, 벽제에서 화장하여 서울시립 잔디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공설인 탓에 개별 비석이나 인식표는 달지 못하지만 햇볕 좋은 곳에 모실 수 있어서 기분 좋았던 장례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장하고 나서 장지에 대해 봉안당(납골당)이나수목장, 뿌리는 것(산골) 밖에는 잘 모릅니다.

유족분들이 원하는, 또 상황에 맞는 장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것도 저희 장례 전문가들의 당연한 역할입니다.

 

발인 날, 상주님의 친구분들 여럿이 운구도 해주고, 형제가 없는 상주님을 위해 최종 장지인 서울시립 잔디장까지 함께 해주신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저도 더불어 감사했던 날이었습니다.

 

저에겐 일종의 징크스가 있습니다.

아주 좋은 징크스인데요, 제가 발인 하는 날엔 하늘이 너무나 맑고, 햇볕도 너무나 화창합니다.

맑고 화창한 날, 고인을 잘 모시고 나면 기분도 좋고, 뿌듯한 보람이 배가 됩니다.

저는 저의 이 직업을 사랑합니다.

저는, 장례지도사가 천직인 행복한 장의사 입니다.

 

P.S 오랜만에 찾은 서울시립자연장지... 낮익은 얼굴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만장되어 없는 서울시립수목장에서 뵈었던 현장

      소장님이신데, 제가 얼굴은 기억을 못하였으나, 멘트와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했습니다.

      몇 년만에 찾은 곳에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은 보니, 참 반가웠어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반가운 티는 못내고

      가볍게 인사만 하고 왔으나 다음번에 갈땐 음료라도 몇 개 챙겨다 드려야 겠습니다.

      소장님~부디, 오래오래 건강히 그 자리 지켜주세요~

      성의있었던 안치식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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